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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이 품는 매력은 타자 존중과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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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28 00:23:14 | 수정 : 2015-03-03 15: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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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도 고려대 교수, “샤를리 에브도 테러는 상징 폭력과 물리적 폭력의 충돌”
●상호 존중은 다문화 사회의 성공을 위한 열쇠
●신앙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애착…신앙 조롱하면 깊은 상처
●진정한 논쟁은 조롱과 비웃음 아냐…이성적 논거 교환으로 성립
●타인의 종교의 존엄성을 공격하는 것은 금기
●샤를리 테러 반면교사 삼아 종교적 비방과 풍자·조롱 금지하는 법제화 논의할 수도


김성도 고려대 교수 (뉴스한국)
프랑스 파리에서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발생한 지 약 두 달이 지났다. 샤를리 에브도는 테러 직후 생존자 특별호를 낸 뒤 6주 만인 25일(현지시각) 최신호를 발행하며 정상화를 알렸다. 세계기호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프랑스어 전공 김성도 고려대 언어학과 교수는 테러 발생 후 프랑스 언론이 쏟아내는 담론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프랑스를 방문해 2주 동안 체류하며 현지 학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와 ‘표현의 자유, 문명의 절망, 해소불가능한 문화적 차이’라는 글을 썼다. 13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가 개최한 ‘표현의 자유와 다문화주의: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의 유럽과 한국’이라는 학술발표회에서 이 글을 발표했다.

26일 김 교수를 찾아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이 주는 메시지를 주제로 인터뷰했다. 그는 이 사건을 ‘폭력의 악순환’이라고 설명하며 폭력의 공허함을 강조했다. 또 프랑스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타종교 존중의 필요성과 종교적 비방을 미연에 방지하는 선제적 법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제2의 쿨리발리(파리 유대인 상점 인질 테러범)가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다문화 정책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래 인터뷰에는 위에 언급한 김 교수의 글도 함께 넣었다. 김 교수는 인터뷰를 하는 중 이 글에 자신의 생각이 담겨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Q.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폭력의 악순환이다. 단기적인 원인과 결과를 놓고 보면 샤를리 에브도는 조롱과 풍자를 담은 만평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상징 폭력’을 휘둘렀다. 이슬람 신자들의 세계를 고려하지 않았다. 이것은 총이나 칼로 폭력하는 것 못지않게 언어와 이미지로 폭력을 가한 것이다. 그리고 그 상징 폭력에 맞서기 위해 더 끔찍하고 고전적으로 인명을 살해함으로써 물리적 폭력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 폭력의 결과는 공허했다. 이것은 폭력이 가진 절대 공식이다. 폭력은 아무 것도 생산하지 못한다.”

Q.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이후 표현의 자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여론조사 결과 프랑스인의 42%는 마호메트 만평의 출간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정치·종교의 분리가 프랑스 사회의 유일한 가치일 수는 없으며, 타문화에 대한 존중·예의와 절제·공통의 선 역시 그에 못지않은 중요한 가치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은 표현의 자유가 결코 절대적일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입증했다. 특히 종교영역에서 상호 존중의 정신이 필요하다. 상호 존중은 다문화 사회의 성공을 위한 열쇠다.

‘표현의 자유’ 개념은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당시 채택한 인권선언문 11조에 나온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 19조가 지지하고 있으며 1950년 유럽인권협약문이 재차 명시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무한한 것이 아니며, “타인의 자유가 시작하는 곳에서 나의 자유는 멈춘다”는 원칙을 존중한다. 1881년 7월 29일 최초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한계를 긋는 조항으로 욕설, 명예훼손, 비난, 차별조장(인종차별, 반유대교주의, 동성애 혐오 등), 증오와 폭력 조장 담론을 금지했다. 유럽인권인권협약도 명예훼손과 욕설, 증오심 조장 담론과 인륜에 반하는 인종차별 담론을 한계로 명시했다.”

Q. 프랑스에서 종교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얼마나 허용하고 있나.
“독일, 그리스, 미국의 일부 주와 달리 프랑스에서는 신성모독 위반죄가 없다. 현 프랑스 법 체제는 종교를 풍자하거나 조롱하는 것을 허락한다. 2007년 샤를리 에브도가 마호메트 만평을 출간했을 때 법원은 ‘프랑스에서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 원칙과 다원주의의 원칙에 따라 모든 신앙의 존중은 이와 동시에 종교를 비판할 수 있는 자유와 한 짝을 이룬다’고 판결했다. 특정 신앙인을 모욕하는 것과 유대인 또는 무슬림에 대해 욕설을 하거나 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지만 마호메트의 풍자만화를 출판하는 것은 종교에 대한 욕설과 명예훼손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마호메트를 이슬람 ‘종교’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번 테러 사건과 관련해 샤를리 에브도가 프랑스 현행법상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었다고 지적할 수는 없다. 샤를리 에브도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평을 그린 것도 아니고 분명 프랑스 영토에서 만평을 출간한 것 아닌가. 이 법이 불만족스럽다면 프랑스에 거주하는 600만 명의 무슬림이 단결해서 법을 고치면 된다. 법을 고치는 것은 대단한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진정한 논쟁의 초점을 ‘민주적으로 더불어 사는 문제’로 옮겨야 한다는 점이다.

‘자유’가 모든 가치보다 우월한 절대적 가치인가, 프랑스의 신조에는 평등과 박애 정신도 자유와 동일한 수준에 위치해있는 것 아닌가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평등과 박애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각인되고 인간의 존엄성에 귀속한 가치로, ‘타자의 존중’이라고 한 프랑스법 권위자는 말한다. 더구나 인간의 삶이 품고 있는 매력의 대부분은 타자를 존종하고 배려하는 데 있다. 타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행동 양식들은 법에 의해서 강제되거나 명시화될 수 없는 것들이나 삶을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드는 소중한 것들이다. 특히 존중해야 할 타자의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종교적 신앙이다. 신앙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애착이다. 신앙은 존재의 가장 내밀한 곳에서 전개되는 정신세계다. 타인의 신앙을 조롱하거나 비웃는 것은 특히 깊은 상처를 입힌다.”

@IMG2@Q.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지만 이번 테러 사건을 통해 표현의 자유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있다.
“종교를 조롱하는 행위에 대해 모든 프랑스 사람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조롱’은 정신을 공허하게 만든다. 프랑스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표현의 자유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논쟁이 서서히 일 것으로 보인다. 법적인 차원을 떠나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은 도덕과 윤리적인 차원에서 분명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먼저, 자신들이 그린 만평으로 인해 경우에 따라서는 수 백 만 명의 무슬림이 굴욕적 감정을 느끼며 분개할 것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무시했거나 그 상황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경솔함을 탓할 수 있다.

여기서 하나의 ‘사고실험(가정적 시나리오)’이 필요하다. 400만 명의 시민이 파리 레퓨블리크 광장에서 ‘나는 샤를리다’고 외치는데 한 사람이 ‘나는 세리프(암살자 형제의 이름)다’고 외치며 피 범벅된 편집장을 묘사하는 만화를 보여준다고 가정해보자. 시민들이 표현의 자유라는 점에서 그 행위를 보며 박수쳤을 리 만무하다. 이 같은 사고 실험의 요지는 간단하다. 표현의 자유를 맹신하는 사람들의 위선적이며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과연 표현의 자유란 명목 아래 이슬람 예언자의 이미지를 격하시키면서 이슬람 신도들의 신앙을 공격할 자유를 방치해야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져볼 수 있다.”

Q. 테러 사건을 보며 샤를리 에브도 만평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고, 종교에 대한 비판과 조롱의 차이는 무엇인지 또 표현의 자유가 보장하는 종교 비판의 범주는 어디까지인지 고민하게 됐다.
“프랑스의 적지 않은 철학자들은 표현의 자유는 이성의 사용에 봉사하며 이성이라는 고유한 기관을 통해 인간들이 진리, 정의, 선을 추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같은 추구는 모순적인 논쟁을 동반할 수 있지만 진정한 논쟁은 조롱과 비웃음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 논거들의 교환을 통해서 성립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비록 종교를 비판할 수 있으나, 그들의 도그마를 문제시 삼을 수 있으나, 그들의 종교적 실천을 비난할 수 있으나 과연 어떤 목적에서 그 같은 비판을 하는 것인지 이성적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 조롱과 그릇되게 동일시된 비판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목적을 취하며 타자와 일체의 원만한 관계를 단절한다. 물론 그 같은 비판은 일부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고 안도감을 선사할 수 있으나 전혀 건설적이지 않다. 단지 웃음을 만들어낼 뿐이다. 다름 사람들에게는 분노, 증오, 원한을 동반할 수 있다. 그것은 타자의 신앙심을 훼손하고 냉소와 조롱의 빈정거림으로 모든 것을 허무하게 만들고 영혼을 공허하게 만든다.

윤리를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풍자의 경우 두 개의 윤리가 대립한다. ‘신념의 윤리’는 ‘언론의 자유’라는 고차원적 원칙을 준거로 삼는다. 민주주의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전제로 한다고 여긴다. 반면 ‘책임의 윤리’는 예측할 수 있는 구체적 결과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 파급결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자신들이 가장 성스러운 존재로 섬기는 대상이 공격을 당하면 상처를 받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명시적으로 모욕적인 것으로 지각되기 때문이다.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화로 인해 촉발된 이슬람 국가들의 분개는 무슬림 인구의 특정 세력의 급진성을 조장할 수 있거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서구 세계에 맞선 그들의 싸움에서 이데올로기의 무기를 제공할 빌미를 제공하고 국제적 긴장을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 신념의 윤리 옹호론자들은 민주주의 공간의 구성과 같은 파급효과에 대해서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책임의 윤리 옹호론자들 역시 신념을 결여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다른 신념에 대해서 인정을 해야 한다. 자신이 무신론자가 되는 것은 자유이나 타인의 종교의 존엄성을 공격하는 것은 금기다.”

Q. 표현의 자유와 타인의 종교를 존중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학교에서 자유와 존중을 교육해야 한다. 특히 타문화의 종교를 존중하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다양한 인종들과 민족들을 존중하는데 노심초사해야 한다. 프랑스의 중립적인 정교분리원칙의 배후에는 ‘종교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다른 얼굴의 정교분리원칙’이 존재한다. 그것은 잘못이다. 다양한 종교는 실제로 우리가 가진 신앙이 무엇이건 공통적인 우리의 선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긍정하는 종교의 신성한 기능을 결코 조롱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신앙과 신념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반기를 들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그것은 법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의 문제다. ”

Q. 다문화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을 통해 반면교사 삼아 논의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예방적인 차원에서 종교에 대한 비방이나 풍자·조롱을 금지하도록 법제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향후 이민자들이 수 백 만 명으로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이들을 멸시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인식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제2의 쿨리발리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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