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면 군 사망 30년, 유미가 죽은 지 11년…노동자가 죽지 않게 해 달라"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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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면 군 사망 30년, 유미가 죽은 지 11년…노동자가 죽지 않게 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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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02 13:54:31 | 수정 : 2018-07-02 17: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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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도사리는 노동 현장…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직업병 피해 규탄 기자회견
문송면·원진 산재사망 30주기·반올림 농성 1000일 맞아
2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문송면·원진 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위원회와 반올림, 민중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직업병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개혁 투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묵념하는 모습. (뉴스한국)
1988년 7월 2일 15살 노동자 문송면 군이 수은 중독으로 사망했다.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어려운 집안 형편을 생각해 온도계 제조업체에서 일을 시작한 지 8개월 만이었다. 1987년 12월 5일 일을 시작한 문 군이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진 건 일을 시작한 지 두 달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수은 중독 때문이라는 사실을 겨우 알았지만 정부도 회사도 문 군의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언론 보도로 사건 전말이 알려져 파문이 인 후에야 산업재해로 인정받았지만 문 군은 88서울올림픽 기대 열기 속에 삶을 마쳤다.

문 군 사건을 계기로 인조비단 제조업체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도 드러났다. 이른바 '원진레이온 참사'다. 이들 노동자들은 전신마비·언어장해·팔다리 마비 등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그간 '술을 많이 마셔서' 혹은 '담배를 피워서'라며 아픈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았다. 그러다 문 군 기사를 접한 후 '우리도 혹시'라고 의심을 품었고,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직업병으로 인정받기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당시 원진레이온은 실을 뽑는 과정에서 여러 유독한 화학약품을 사용했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독가스 원료로 사용한 이황화탄소도 있다.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이런 사실을 몰랐고 보호구나 안전설비도 갖추지 못했다. 1988년 여름에 시작한 직업병 인정 투쟁은 1993년에야 일단락했지만 이황화탄소 중독 직업병에 걸린 915명 중 23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단일 직업병으로는 최대의 사건이다.

직업병으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7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황유미 씨가 목숨을 잃었고, 형광등 제조설비 철거과정에서 수은에 노출돼 중독되거나 삼성·LG 핸드폰 부품 하청공장에서 메탄올에 중독되는 노동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하철역에서 혼자 안전문을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사망하고 현장 실습 중 커다란 적재기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건설현장에서는 매년 6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다. 산업재해로 숨지는 노동자의 수가 매년 2400명이 넘는다.

2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는 문송면·원진 산재사망 30주기와 반올림 농성 1000일을 맞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반올림은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자체가 바로 이 시대의 문송면이며 원진레이온 노동자"라며, "재벌 대기업의 탐욕을 위한 무차별적인 위험의 외주화가 중단되지 않으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 사망 1위국의 오명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함미정 원진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사무국장은 "원진레이온 직업병 사건은 건국 이래 최대 산업재해사고였으며, 직업병 판정을 받지 못한 노동자 수까지 더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비극"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경제 호황과 88 서울올림픽 개최로 모두 기쁨에 들떠있었으나 원진 노동자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과 힘겨운 투쟁을 했다. 건강 상태가 악화한 노동자의 가족들까지 투쟁에 나섰다. 원진 직업병 가족협의회를 구성한 바로 그 해 문 군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김명환 문송면·원진 30주기 추모위 대표는 "수년에 걸쳐 산업재해를 법으로 보장받기 위해 투쟁한 원진 노동자들의 정심을 계승하려 오늘 이 자리에 섰다"며, "젊은 청년들의 죽음이 지금도 반복하는 이 처참한 현실을 보며 30년 전 피해 당사자와 지금 피해 당사자가 다시 마음을 모으고 힘을 모아 더 이상 피해를 연장할 수 없다고 굳게 결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는 산업재해를 유발하는 기업을 분명하게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4월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2017 대선후보, 안전한 나라를 위한 대국민 약속'에 참석해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대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챙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한국)
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광화문 광장에서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삼성·반올림과 대화를 해서 직업병 문제를 풀겠다고 약속하고 사인했다. (김영주-기자 주) 노동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장관이 되면 문제를 해결한다고 약속했다. 삼성 이재용도 2016년 국회 청문회에서 자신도 두 아이 아빠로서 가슴이 아프다며 해결하겠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전부 다 약속했지만 이 분들 뭐하고 있나"며 "정부는 노동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취급하나"고 분개했다. 그는 "노동자도 좀 살자. 노동자 가정도 좀 안정적으로 살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황 씨는 "문송면 씨가 사망한 지 벌써 30년이 지났는데도 우리 유미 역시 (노동 현장에서 화학약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어떤 교육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노동자를 생산의 도구로 사용하는 사회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반올림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제보를 받은 삼성 반도체·LCD 공장의 산새 사망 노동자는 80명이다. 백혈병·림프종·유방암·폐암·뇌종양·재생불량성빈혈·난소암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한편 문송면·원진 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위원회, 반올림은 3일 오전 코엑스에서 반도체 직업병 인정 사례를 분석하고 대책을 살피는 산업안전보건강조 주간 세미나를 연다. 4일에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삼성 사옥 앞에서 '삼성 포위의 날' 행사를 진행한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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