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끝났다” 여성인권단체,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진상 규명 촉구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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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끝났다” 여성인권단체,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진상 규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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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01 17:33:10 | 수정 : 2018-02-01 23: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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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6개 지역 검찰청 앞 동시 기자회견 열어
1일 오전 여성인권단체들이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서울 서초동에 있는 대검찰청 앞에서 했다. (뉴스한국)
여성인권단체가 전국 16개 지역 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지난달 29일 서지현(46·사법연수원 33기)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가 ‘8년 전 법무부 고위 간부였던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고백한 사건을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서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성폭력 피해를 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성폭력을 추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성폭력상담소·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한국여성단체연합 등 50개 여성인권단체가 1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에 있는 대검찰청을 포함해 서울북부·수원·창원·광주·대구·울산·대전·부산·인천·부천·고양·원주·춘천·제주·전북지검 앞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검 앞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공론화를 시작하는 순간은 개인적·제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때 택하는) 최후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이 문제를 누군가 함께 해줄 것이라는 그 사회와 구성원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에 기반을 둔 것이기도 하다”며, “모두를 대신해 용기를 내어 준 피해 검사에게 온 마음을 다하여 지지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피해 검사의 용기를 이 사회가 어떻게 들을 것인지 질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며, ▷검찰 내 성평등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 ▷제대로 된 검찰 수사 ▷검찰 내 성폭력 2차 피해 방지를 요구했다. 대검이 조희진(56·19기)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을 단장으로 한 ‘성추행 사건 진상 규명 및 피해 회복 조사단(이하 조사단)’을 만든 것에는 반대 목소리를 냈다. 검사들로만 꾸린 조사단으로는 사건의 진상을 충분히 규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정한 조사를 위해 민간전문가로 구성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릴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의 입에서는 서 검사를 지지한다는 의견과 '안태근 성추행 의혹 사건'을 계기로 검찰은 물론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날선 경고가 잇달아 나왔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는 “이제 우리는 선언한다. 서 검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서 검사이기 때문이다”며, “검찰을 비롯한 공공기관 등에서 빽 없고 권력 없는 여성들이 더 이상 고통 받지 않도록 직장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더 용기 있게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순 천주교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번 (안태근 성추행 의혹)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이 직업이나 지위와 상관없이 발생한다는 것, 특히 조직 내 성폭력 피해자가 2차 피해와 불이익으로 ‘말하기’와 고소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것, 조직 내에 도움을 요청해도 사건의 본질 보다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 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폭력 없는 법무·검찰 조직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국민에게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위은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안태근 성추행 의혹) 사건의 가해자가 검찰 고위 간부였고 그 영향력에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볼 때 이번 사건 진상조사는 반드시 외부조사로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 내 성평등 의식을 제고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어렵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말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스템을 구축해 검찰 내 피해자들이 사건을 드러냈을 때 자신은 철저히 보호받고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처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신뢰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협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은 “침묵은 끝났고 변화는 파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모든 것을 버릴 각오로 말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긴 시간을 견디고 별러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용기를 내어야 만이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용기를 내지 않고도 아무것도 잃지 않는 속에서도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담담히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말해야 한다가 아니라 말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에 힘을 주어야 한다. 직장 내 성차별과 성폭력을 말하는 서 검사는,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은 이 사회가, 내가 다니는 직장이 곪아터지지 않고 다시 설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자다. 그 가능성을 닫으려는 그 모든 자 유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서 검사가 피해 사실을 고백한 것을 계기로 진행한 것이지만 참가자들은 '서지현'이라는 이름을 되도록 부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기자회견을 진행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서 검사가 스스로 신원을 노출해 피해 사실을 고백하긴 했지만 이를 계기로 서 검사가 감당해야 하는 '성폭력 피해자' 상징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우리 사회가 그 무게를 나눠야 한다는 의미에서 서 검사 개인의 이름을 너무 강조하지 말아 달라. 피해자의 이름을 너무 많이 너무 오랫동안 거론함으로써 생기는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 검사의 이름을 쓴 손팻말을 들고 있던 참가자들은 김 부소장의 말을 듣고, 서 검사의 이름이 보이지 않도록 가렸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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